2015년 1월 2주 이주의 앨범 – 매드클라운 미니앨범 3집 [Piece of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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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소개]
래퍼의 목소리를 손가락의 지문이라 치면, 매드클라운은 매우 뚜렷한 DNA를 지녔다. 비트 위에 짙게 묻어나는 손자국처럼 귓가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또박또박 찍어 뱉는 선명한 딕션은 래퍼의 장점이자, 이야기꾼으로서의 막강한 무기. 특히 귀에 쏙쏙 들리는 전달력은 자신의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있어 확실한 설득력을 지닌다. 3번째 미니앨범 ‘Piece of Mine’ 속 매드클라운은 여전히 ‘표독’스럽고, 여전히 ‘익살’스럽다.
‘견딜만해’ ‘착해빠졌어’ 등 전작에서 들려준 곡들이 대중화 시스템에 안착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주제선정부터 소재활용, 스토리전개까지 비로소 매드클라운만의 스타일이 되었음을 알린다. 이별, 직장, 경쟁, 성장 등 소소한 일상의 키워드가 그만의 상상과 위트로 그려졌고, 6곡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실제와 허구 사이,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농담 같지만 누구나 겪었을 법한 우리들의 얘기로 가득하다. 직각으로 뱉는 표현법은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 솔직하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은 그만의 화법이다.
‘내가 미친건지 니가 미친건지 미친 너를 못 떠난 내가 미친거지.’ 익살스러운 흥분을 담은 비트 안에서 타이틀곡 ‘화’의 모든 랩은 지독한 이별을 고스란히 그려내고 있다. 떠나려고 발버둥치는 이별 앞에서 남자는 겉으로 잔인하게, 속으로는 처절하게 무너진 심경을 드러낸다. 여기에 피처링 보컬을 맡은 매드소울차일드 진실의 음색은 알듯 말듯한 여자의 미련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이상적인 캐스팅이다.
다소 공격적으로 랩을 뱉지만 그것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결코 무겁지 않다. 이별 후 읊조리는 후렴구 허밍부터 장난스럽고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 영상까지,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표현된 반전법이 인상적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남녀의 복잡한 감정처럼 말이다. 뮤직비디오에는 exid 하니가 매드클라운의 파트너로 출연, 재미를 더했다.
수록곡들은 그의 스타일 안에서 각각의 내러티브를 취한다. 특히 곡마다 강력한 훅을 배치해 사이사이에 강력한 기억을 남긴다. 인상적인 후렴구만큼 전달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이별 중인 남녀, 그 씁쓸한 과정을 격하게 위로한다거나(‘화’) 치열하게 살아가는 요즘 세대 사회초년생들과 직장인 여성들을 말한다. (‘커피카피아가씨’) 또 모두가 당연시 여기던 주제를 쉽게 지나치지 않고, 특유의 비유법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아직 영글지 않은 20대의 젊음은 ‘콩’이 되었고, 80년대가 갖고 있는 감성은 ‘꽃’으로 그려졌다. 또 과부하된 힙합씬의 현재를 ‘인구억제론’에 빗대어 말하고자 했다.(‘Population Control’)
디테일한 설정과 화법으로 영리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식이다. 바로 그런 평범한 공감, 그것들을 담아내는 과정에서도 결코 힙합 고유의 것을 놓치지 않는다. 매드클라운과 ‘커먼콜드’란 팀으로 활동 중인 저스디스와 팔로알토, G2 등 핫한 래퍼들이 단체곡으로 뭉쳐 각자의 시선에서 날을 세웠고 ‘쇼미더머니’시즌3 클럽미션에서 화제가 된 ‘귀에 때려박는’ 곡은 ‘때려박는 랩’이란 곡으로 수록됐다. 몽환적인 비트 안에서 풀어낸 타이트한 랩이 독보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메시지이고, 그것을 온전히 리스너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 면에서 매드클라운은 탁월한 표현력을 지녔다. 그리고 소울컴퍼니 시절 선보인 기존 색깔을 간직한 채 영리하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일상적이면서도 뜨겁고, 감성적이면서도 지독하고, 키치적이면서도 비판적인 노랫말은 강렬한 잔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날카롭게 세상의 여러 것을 조명하고 들여다 보는 기술, 집요한 고민 끝에 드러난 그의 남다른 감수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Piece of mine
01 화(Fire) (Feat. 진실 Of Mad Soul Child) 타이틀곡
작사 매드클라운, 김이나, Elapse
작곡 김도훈, 서용배
편곡 김도훈, 서용배, Elapse
–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김도훈과 매드 클라운이 만들어낸 타이틀곡 “화” , 매드 클라운의 전매 특허인 귀에 때려 박는 하이톤 플로우 랩핑과 몽환적이면서도 섹시한 진실(of Mad Child Soul)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곡. 남녀가 서로 대화하듯 이어지는 랩핑과 보컬을 통해, 나쁜 여자에게 지긋지긋하게 휘둘리면서도 그 여자를 떠나지 못하는 남자의 사랑과 그 심정을 표현해 내고 있다.
02 커피카피아가씨 (Coffee Copy Girl)
작사 매드클라운
작곡 썸데프, 안혜경
편곡 썸데프, 이주원 at UncleSoul
– 2015 대한민국의 직장인 여성을 대변하듯(‘미생’ 느낌?!) ‘힙합 계의 손석희’ 라는 별칭 다운 매드 클라운만의 언어로 재미있게 표현한 랩이 인상적인 트랙이다. 랩과 어우러진 복고스러운 무드와 썸데프 특유의 비트 메이킹 스타일이 잘 녹아 들어있는 신선한 힙합 튠 곡이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유주혜가 코러스로 참여해 매드클라운과 호흡을 맞췄다.
03 콩 (Hide And Seek) (Feat. 주영)
작사 매드클라운
작곡 Ye-Yo!, 태완
편곡 Ye-Yo!
– 매드클라운이 20대 청춘들에게 바치는 곡인 ‘콩’은 잔잔한 피아노 선율 위에 매드클라운의 진심 어린 가사와 감정을 담아낸 곡으로 스트링과 리듬에 따라 달라지는 매드클라운의 랩과 한편의 영화와 같은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작곡에는 ‘비’와 ‘JYJ’ 등을 프로듀싱한 한국 R&B의 살아있는 전설 ‘태완’과 효린의 ‘마사지’, 매드클라운의 지난 앨범 중 ‘살냄새’로 호흡을 맞춘 적 있는 Ye-Yo!가 참여하였고, 보컬에는 최근 ‘지워’ 라는 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감성적인 보컬리스트 ‘주영’이 참여하여 곡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04 꽃 (Flowers) (Feat. Justhis)
작사 매드클라운, 저스디스
작곡 일렙스, 프리마 비스타
편곡 일렙스, 프리마 비스타, 유주영
– ‘연결고리’와 ‘가드 오브 바운스’로 유명한 프리마 비스타 와 일렙스. ‘꽃’은 80년대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세련된 컨템 포러리 힙합곡이다.
05 Population Control (Feat. Paloalto, Justhis, G2)
작사 매드클라운, 저스디스, 팔로알토, 지투
작곡 썸데프
편곡 썸데프
‘Population Control’ 의 사전적 뜻은 ‘인구의 억제’라는 의미다. 구석기 60만년 동안에는 120억의 인구가 태어났는데, 최근 6천년 동안에는 230억의 인구가 태어난 것 처럼, 최근들어 급속도로 과부하 된 힙합 씬에 대한 생각을 랩퍼 각자만의 재미난 방식으로 말하는 곡이다. 공격적인 가사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미니멀한 비트가 더해진 클럽 튠의 곡이다. 센 주제의 가사와, 힙합씬의 핫한 래퍼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에픽하이의 ‘본 헤이터’와 비교해도 좋을 듯 하다.
06 때려박는 랩 (Bonus Track)
작사 매드클라운
작곡 장대희, 일렙스
편곡 일렙스
– 쇼미더머니 시즌3에서부터 매 공연마다 화제가 되었던 ‘귀에 때려 박는 랩’이 진짜 ‘때려박는 랩’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된다. 거칠지만 절제미를 가진 글리치(Glitch) 음악에 매드 클라운 만의 송곳 같은 랩이 매력적인 곡이다.
[DJ 앨범평]
DJ 나로 – ★★★★
익숙하지만 새로운, 드디어 자기 자신의 옷을 입은 듯한 반가운 모습
DJ sol – ★★☆
노선은 공고해졌고 타겟층은 더욱 흐려졌다. 결국 찢긴 비둘기의 날개는 한 쪽만 날게 될까
DJ 여름 – ★★★
좋음 반, 의아함 반. 그래도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진실의 목소리와 취준생이 넘길 수 없는 가사의 커피카피아가씨 덕에 별 반 개 더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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