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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인터넷라디오방송국

2015.04.08 21:19

볼멘소리 6회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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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스완지 시티를 만든 세 감독들

최근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스완지가 챔피언쉽 리그에서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한 것이 11-12 시즌, 현재 4시즌을 치르며 프리미어리그의 확고한 중위권 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같은 웨일스를 연고로 한 카디프 시티가 지난 시즌 다시 챔피언쉽으로 강등당하며 부침을 겪고 있는 반면, 스완지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8위에 랭크 되어있습니다. 7위까지 유로파 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만큼 유럽대항전 진출이 스완지에게 있어 먼 꿈같지만은 않습니다.

 스완지를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킨 브랜든 로저스 감독(현 리버풀 감독)의 전략은, 다름아닌 티키타카였습니다.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10-11 시즌 스완지는 프리미어리그에 올라 서게 됩니다. 그의 철학은 스완지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본격적인 순위 경쟁을 펼칠 때에도 계속되었습니다. 보통 프리미어리그 승격팀들은 전체적인 선수 기량의 부족으로, 점유율과 패스 위주의 전략 대신 공격진에 한 번에 전달되는 롱볼 전략을 선택하게 마련이지만, 스완지는 이와 대비되는 행보를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팀 색깔로 인해 스완지는 프리미어리그의 바르셀로나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스완셀로나라는 별명을 얻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11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게 됩니다.


Laudrup.jpg

               캐피털 원 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

 

 이후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이 성과를 바탕으로 리버풀로 자리를 옮기고, 그 공석을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이 차지하게 됩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 시절 활약했던 라우드럽 감독 체제 하에서도 이러한 축구 철학은 계속되었고, 꽤나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라우드럽 감독의 지휘 아래 스완지는 12-13시즌 캐피탈 원 컵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합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 팀 순위가 강등권에 머무를 정도로 저조했고, 감독과 구단 운영진들과의 마찰이 생겨 라우드럽 감독은 결국 스완지를 떠나게 됩니다.

 임시적으로 빈 감독 자리를 맡아 감독대행을 한 사람이 바로 현 스완지 감독인 개리 멍크였습니다. 게리 멍크는 로저스 감독의 지휘 아래 3부리그에서 1부리그까지 스완지가 승격하는데 큰 일조를 한, 스완지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라우드럽 감독이 경질되자 선수 겸 감독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다음 시즌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RODGERS MONK.jpg

      선수와 감독에서, 감독 대 감독으로 다시 만난 브랜든 로저스와 게리 멍크


게리 멍크 감독과 그의 새로운 전략


 위에서 현재의 스완지를 만든 세 감독들에 대해서 얘기했다면, 현재 개리 멍크 감독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 한 번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스완지는 기본적으로 로저스와 라우드럽의 4-2-3-1 포메이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부터 단단하게 빌드업을 거쳐 올라와 양 쪽 풀백의 공격가담을 통해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전형적인 점유율 축구를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4-2-3-1 포메이션 이외에도 4-3-2-1(흔히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하는) 포메이션을 사용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스완지시티가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였습니다. 이미 맨유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스완지는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또 한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으며 역사적인 더블(리그 경기에서 홈, 원정 둘 다 상대를 이기는 것을 말함)을 이뤘습니다. 이 경기에서 맨유를 막기 위해 4-4-2 다이아몬드라는 맞춤 전략을 꺼내 든 게리 몽크 감독은 전략적 역량으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이 반할 감독 역시 4-4-2 다이아몬드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부분 전술, 팀의 유기적인 조직력, 선수들의 간격 유지라는 부분에서 개리 멍크의 전략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번 스완지의 4-4-2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이 전형은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압박을 벗어나기에 좋고, 역습을 가하기에도 좋은 포메이션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2가지 있는데, 하나는 미드필더 간의 간격이 너무 넓다는 것입니다. 간격이 넓으면 상대 미드필더들의 적극적 압박에 의한 패스 차단에 취약하게 마련입니다. 또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해 미드필더들이 상당한 활동량을 보여야 하는데, 이러한 체력 소진은 경기 후반에 중원 압박이 헐거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측면 돌파에 있어서 확정적인 공격루트가 없다는 것인데요, 단적인 비교로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스완지 시티에선 좌우측의 발 빠른 윙어들(네이선 다이어, 라우틀리지)이 측면을 통해 공격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4-4-2 포메이션에서는 전형적인 윙어의 역할을 하는 선수가 없는 대신, 공격수 2명 중 한 명이 측면으로 빠지면 다른 한 명이 중앙으로 올라가는 형식의 공격 전개를 택합니다. 양 측면에서 바로 공격 전개를 해 나가는 윙어들에 비해 측면을 돌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쩌면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 수도 있는 이 다이아몬드 442 전형을 개리 몽크 감독이 사용하는 이유는 원톱 공격수와 윙어들의 역량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윌프레드 보니 선수가 스완지 공격을 이끌 때에는 보니 한 명만 원톱 공격수로 둬도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워낙 스스로 공간을 잘 만들기도 하고, 간결한 터치 이후의 슈팅으로 골을 만들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보니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고, 올림피크 리옹에서 이적해 온 바페팀미 고미스 선수가 꽤나 오랜 기간 동안 부진에 시달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라우틀리지와 네이선 다이어 역시 기량의 저하로 측면 수비들을 쉽게 벗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4-2-3-1 전형이 갖는 윙어의 측면 침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개리 멍크 감독은 새로운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이 갖는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게리 멍크 감독의 선택은 바로 기성용선수였습니다. 수비적인 미드필더 역할을 부여받던 기성용 선수가 최근 미들라이커로 부상하고 있는 데에는 개리 멍크 감독의 전략적인 선택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아시안컵에서 측면 공격수로 뛰겠다고 자청한 기성용의 모습에 영감을 얻었을까요, 게리 멍크 감독은 기성용에게 공격 상황에서의 적극적인 침투를 요구합니다. 분명 4-2-3-1 포메이션에 비해 단조로울 수 밖에 없는 공격 패턴에 다양성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기성용 선수의 공격 가담입니다.

최근 스완지는 헐시티와의 경기에서 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지난 경기와 같이 다이아몬드 4-4-2 를 들고 나온 게리 멍크 감독의 선택은 주효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한 골을 넣은 기성용 선수의 공격력이 폭발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라우틀리지와 투톱을 이루고 있는 고미스의 화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고미스는 멀티골을 뽑아내며 데뷔 골 당시 보여줬던 '엉금엉금' 세레머니를 다시 한 번 선보였습니다.

Ki Gomis.jpg

                기성용과 고미스, 그리고 쉘빡이

 

 떠오르는 멍크와 지는 페예그리니?


 이러한 스완지의 새로운 전략과 좋은 흐름은 대조적인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최근 페예그리니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가 부진한 이유로 여러 요인들을 들 수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아마 전략적인 경직성이 아닐까 합니다. 4-4-2 플랫 포메이션에서 다비드 실바는, 야야 투레는, 그리고 세르히오 아게로는, 항상 같은 역할만을 부여 받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만한 변화가 없다는 점은 분명 선수 개개인의 역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게리 멍크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잠재력을 발전시켰습니다. 기성용 선수는 그의 공격적인 재능을 새로이 개발했으며, 고미스 선수는 투톱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선수들 간에도, 신인이 새롭게 떠오르면 같은 위치에서 뛰던 나이 들고 폼이 떨어진 선수는 내쳐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감독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감독이 창의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들고 나온다면, 더 이상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수 없는 늙은(신체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으로) 감독에겐 더 이상 지휘봉을 맡기지 않습니다. 멍크의 스완지 시티와 페예그리니 맨체스터 시티, 두 팀의 상반되는 모습은 이런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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