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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7 추억

1. 언니네 이발관 – 100년 동안의 진심

2. Bastille – Flaws

3. Glen Check – Metro(Acoustic ver.)

4. Adele – Set Fire To The Rain

5. 검정치마 – Fling; Fig From France

6. Beirut – Elephant Gun

 

장소에 대한 기억은 집요한 것이다.

허석과 걸었던 왼쪽 수풀을 보기만 해도

그때 우리가 나누었던 말, 그가 입었던 셔츠 줄무늬의 색깔과 간격, 그의 입김 속에 섞여 있던 연한 담배냄새,

그가 내 어깨 위에서 도깨비바늘 하나를 집어낼 때의 다정한 손길,

그런 따위의 기억이 언제나 집요하리만큼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그런 한편 장소에 대한 기억은 집요할 뿐더러 또 배타적이다.

그 장소는 허석과의 추억 외에는 아무것으로도 기억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이제 고집스럽게 허석의 기억만을 반추할 뿐 허석 이전의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얼핏 사랑도 그런것일까, 하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면 이곳에서 허석을 떠올리는 일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은희경, 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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