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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멘소리 5회 뒷담화

2015 S/S 트렌트는 False 9?

이번 A매치 기간 동안의 각 팀 들의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역시 False 9들의 약진입니다. 많은 수의 대표팀들이 True 9 대신 False 9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물론 성공한 팀들도 있고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False 9의 역사

False 9, 혹은 제로 톱이라고 불리는 이 전략의 기원은 생각보다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느 팀이 가장 먼저 제로 톱을 시작했을까요? 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수비수가 2명이고 공격수가 5명인, 이른 바 W-M형 전략을 사용하던 그 먼 1920년대에도 제로톱은 존재했습니다. 물론 공격수가 5명이면 5톱이지, 어떻게 0톱이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가장 선두에 서는 공격수의 역할입니다. 전형적인 공격수보다 아래 위치에 머물면서 공격 전개과정에 가담하고 결정적인 순간의 침투로 득점을 노리는 게 False 9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새로운 유형의 공격수, 혹은 공격 전략의 재탄생을 토티가 False 9으로 활약하던 06-07 시즌 AS로마로 기준합니다. 당시 AS로마의 스팔레티 감독은 스트라이커의 위치에서 전혀 뛰어본 적 없던 토티를 스트라이커 위치에 배치하고, 골을 넣기보다 연계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의 결정은 성공적이었고, AS로마는 06-07 시즌과 07-08 시즌 동안 세리에 A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합니다.

Roma 0607.png

06-07 시즌의 AS로마

이후 바르셀로나의 메시가 전형적인 False 9의 역할을 부여 받았으며, 공격수 기근에 시달린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델 보스케 감독이 파브레가스를 False 9으로 기용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경우 독일 국가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False 9 뮐러 선수를 중심으로 공격진을 재편함으로써 우승의 단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당시 독일 대표팀은 뮐러와 외질, 그리고 괴체 혹은 포돌스키로 스리톱을 구성하거나 아니면 클로제를 중앙 공격수로 놓고 다른 선수들을 측면에 배치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전형적인 제로톱 전술로 볼 수 있고, 후자는 정통 공격수인 클로제를 활용한 전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한 가지 전략만을 고집하기 보단 두 가지의 선택지 모두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이들은 또 한 번 월드컵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2015, 독일의 선택

이번 호주와의 친선전에서 뢰브 감독은 마르코 로이스와 괴체 두 선수로 투톱을 구성했습니다. 사실 이번 경기에서 뢰브 감독의 실험은 공격진 구성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리백의 가동’, ‘람의 대체자 찾기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 뢰브 감독이었지만, 공격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뢰브 감독은 기존의 정통파 공격수, 즉 마리오 고메즈나 키슬링을 아예 대표팀에 호출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키슬링의 경우 최근의 폼이 많이 하향세에 있고, 마리오 고메즈도 부상이 아닌 날이 얼마 없었습니다. 이들을 선발하지 않은 것은 팀 전체의 문제가 아닌 개개인의 컨디션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 가능한 선택지로라도 정통 공격수 한 명 정도는 선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분명 뢰브 감독의 선택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봅니다.

공격수 찾기에 지친 브라질

브라질은 월드컵을 포함한 최근까지 많은 공격수들을 실험해봤습니다. 레안드로 다미앙, 프레드, 조 등.. 하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공격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둥가 감독은 공격 전술의 대안으로 네이마르와 피르미누 투톱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번 프랑스와의 친선 경기에서 브라질의 공격 전개방식은 꽤나 독특했습니다. 보통의 팀의 경우 빌드업을 수비에서 미드필더, 공격수로 가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브라질의 경우 많은 공격들이 네이마르의 발끝에서 시작됬습니다. 하프라인 측면에 위치한 네이마르가 공을 가지고 있다가 미드필더로 주거나 혹은 드리블로 치고 올라가면 다른 미드필더들이 공을 받으러 올라가는 형식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공격 전개에 프랑스 수비들은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물론 네이마르의 출중한 개인 기량이 만들어 낸 전략이지만 이러한 시도의 의의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한 제로톱 전략을 사용할 공산이 큽니다.

어쩔 수 없는 제로톱을 선택한 슈틸리케?

전반 30분 이정협의 부상으로 한국 대표팀은 가용할 수 있는 공격자원을 모두 잃었습니다. 지동원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뉴질랜드전에서야 뛸 수 있는 폼이었음을 감안하면 말입니다. 아마 슈틸리케 감독은 제로톱에 대한 구상을 계속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시안컵에서 공격수로 낙점 받은 이정협을 제외하곤 내 세울만한 공격수들이 없는 상황에서 제로톱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겁니다. 그는 구자철을 False 9으로 두고 기성용을 투입했습니다.

분명 구자철 선수는 훌륭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전 헤딩 골로 짧은 시간이나마 한국 대표팀이 앞서가게끔 한 것도 구자철이었습니다. 공격 전개과정에서 끊임없이 내려와서 패스를 주고 받으며 공격에 물길을 틔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공격수 자리에 있는 선수라면 가짜 9번이건 진짜 9번이건 득점으로 얘기해야 합니다. 물론, 이후의 무득점을 구자철 선수의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지만, 총 슈팅 5개에 유효슈팅 2개라는 결과는 이정협 선수의 공백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True 9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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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루니와 해리 케인.

이러한 전체적인 False 9의 흐름에도 전형적인 공격수를 내세운 팀들도 있었습니다. 9.5번 공격수라고 불리는 벤제마(골을 결정짓는 9번 공격수와 패스를 연계하는 10번 플레이메이커 사이에 있다고 9.5번이라고 표현), 소속팀에서의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와 헤리 케인, 그리고 소속팀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대표팀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2 1어시스트를 기록한 팔카오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직까지 공격수라는 포지션을 과거의 유물로 치부하기에는 이런 선수들이 꾸준히 잘 활약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브라질에게 패배할 때 벤제마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침묵을 지켰고, 잉글랜드와 콜롬비아는 각각 리투아니아와 바레인이라는 약팀을 상대했습니다. 이들의 활약으로 정통 공격수들이 활약하고 있다고 평하기엔 근거가 부족합니다.

트렌드가 될 것인가, 클래식이 될 것인가.

이미 AS로마가 토티를 중심으로 2번이나 스쿠데토를 가져가고, 독일 대표팀이 브라질을 7:1로 격파한 상황에서 False 9을 실험이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False 9이 일 순간의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축구 전략사의 하나의 이정표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제로톱 전략은 공격 전개 상황에서의 짧고 간결한 패스, 그리고 좁은 선수 간 간격을 중요시하는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와 궁합이 잘 맞는 전술입니다. 하지만 최근 티키타카의 위기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제로톱 역시 얼마나 건재할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전략은 끊임없이 발전되고 이어지겠지만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는 전술이라면 언제든지 폐기될 수 있습니다. False 9의 미래는 이들 공격수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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